정신장애인 인권보호 앞장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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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인권보호 앞장 ‘30년’
  • 이정복 기자
  • 승인 2011.04.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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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회복지법인 좋은이웃재단 이병범 회장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심한 나라이다. 경제성장 발전에 발맞춰 복지국가의 바로미터(Barometer)인 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은 여전히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 특히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복지시설 등 인프라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래전부터 대전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보호와 복지시설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좋은이웃재단를 이끌고 있는 이병범 회장(공주영상정보대 겸임교수)이 화제의 주인공.


사회복지법인 좋은이웃재단 이병범 회장.

대전서 전국 첫‘정신장애인애호協’ 출범··· 더불어사는 공동체 실천

이 대표가 정신장애인들의 대한 인권보호에 나선 것은 젊은 시절 기도원과 정신과 병원에서 근무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곳에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비참한 인권 현장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1986년부터 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 길을 걷게 됐다고 한다.

이 대표가 재단의 이름을‘좋은 이웃’이라고 한데는 정신장애인들이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오고 가고 싶을 때 가는 자율적인 분위기를 형성하자는 의미이다.

이 대표는 2010년 1월 대전시 정신장애인 애호인 협회 3대 회장으로 취임해 정신장애인들 사이에서는‘대부(大父)’로 통하고 있다. 공주영상대학에서 정신건강학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좋은이웃재단'과 '집한채 사랑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전지역의 정신장애인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집한채 사랑채는‘지역의 뜻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재활을 위해 돕고 있는데 문을 연 이후 단 한번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20년만에 자식이 찾아와 함께 만나는 남다른 기쁨을 누기기도 했다.

이 대표는“대전의 각 정신장애인 요양원에는 현재 3000여명의 정신장애인들이 입소해 있다”면서 “정신장애인과 장애인 복지가 중복돼 정신장애인들이 받는 혜택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들은 정신과 의사 전문의의 진단만 있으면 무조건 강제 입원시키는 문제가 있다”면서“이들을 인권적으로 돕기 위해 대전에서 정신장애인애호인협회가 최초로 발족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범 회장은 정신장애인을 채용해 사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활프로그램으로 사회 진출 도와

‘좋은이웃재단’사무실과 ‘집한채’는 대전 중구 대사동 연정국악원(구 대전시민회관) 뒤편에 위채 있다. 현재 이곳에서 약 50여명의 정신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곳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재가프로그램,재활프로그램을 학습하며 사회에 적응해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특히 재활프로그램엔 부업을 통해 정신적인 치료와 함께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자신감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최근엔 좋은 이웃재단과 국민연금공단 동대전지사가 자매결연을 맺어 이들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앞으로 건물내 2층에 원생들이 언제든지 신문을 읽을 수 있는 독서실을 만들어 원생들의 사회에 대한 견문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달 말 좋은이웃재단과 봉사협약을 맺은 국민연금공단 동대전지사(지사장 김중희) 직원들이 원생들과 함께 목욕 봉사를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은 단순히 사회와 격리하고 수용하는 폐쇄젹인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치료는커녕 오히려 장애인들이 사회와 더욱 고립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다”면서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사회에 적응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뜻 있는 분들과 함께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정신장애인들의 경우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사회성이 크게 결여되는 만큼 이들을 무조건 통제하는 시스템에서 탈피해 열린 공간에서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인지 좋은이웃재단엔 다른 정신장애인재활원과는 달리 원생이 그리 많지 않다. 200~300명씩 군대처럼 많은 원생을 교육하다보면 교육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정신장애인들의 인권보호에 앞장서 지역민들로부터 큰 신뢰를 받고있는 사회복지법인 좋은이웃재단 이병범 회장.
“30년 가까이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우리가 평소 오해하고 지낸 많은 부분에 대해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이들이 위험하지 않을 까 염려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이들은 대체로 너무나 성격이 여리다는 점입니다. 가끔 비장애인들이 자신들을 공격할 때를 제외하곤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을 따뜻하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일때 우리 사회는 더욱 아름다워 질 것입니다.”

장애인들의 사회재활 적극 도와 

이 회장은 정신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상속권’이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정신장애인들에 상속권이 주어져야만 부모· 형제들에게 홀대받는 일이 없을 것이고, 시설에서도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져 사회재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비장애인들 이들을 항상 위로하고 격려함으로써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용기를 북돋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신장애자들의 복지와 관련, 이 회장은 "정신장애자들에게 재산권은 반드시 주어져야 하며 그래야만 부모형제들에게 버림받는 일 없이 사회에서 보호 받을 수 있고, 재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상속권이 주어지면 시설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정신장애자 5쌍을 결혼에 성사시켰으며, 이들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문제없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들 또한 이 회장을 찾아와 친부모 대하듯 '아버님 고맙습니다'는 인사를 받을 때 가장 행복 하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그늘진 곳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정신장애자 10여명과 함께 숙식하고 있는 이 회장은 " 저는 살면서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누고 배려하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장벽 없이 살아가는 그날이 올때까지 밑거름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남은 인생 정신장애인들의 인권과 재산권보호 등에 바칠 각오"라고 밝혔다.

[취재 = 이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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