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참 스승이 그리운 5월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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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참 스승이 그리운 5월의 단상(斷想)”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1.05.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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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현 우송정보대 솔디자인스쿨 명예총장

 

이권현 우송정보대 솔디자인스쿨 명예총장
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TV 및 신문 등 각종 매체 등에서는 미담과 함께 스승의 날을 맞는 잘못된 관행적 사례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물을 준비해야하는 제자들의 무거운 심경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선물의 값에 따라 학점이나 취업, 졸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학생들이 교수에 대한 종속이 심화되고 있다는 학생의 인터뷰 내용을 청취하면서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왠지 모르게 씁쓸하고 많은 생각들을 낳게 하는 휴일이었다.

필자가 교직을 내 인생의 목표로 삼은 것은 만 5살 때의 일이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학교 소사직의 아버지께서는 어둠이 깃든 이른 아침 학교에 가신다며 일어나셨다.

그날 나는 우연하게 일찍 잠에서 깨어났으며 학교에 함께 가겠다고 때를 쓰면서 아버지를 따라 나섰다. 아버지께서는 학교 안에 있는 교장선생님 사택을 향해서 가셨고,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시고 세면물을 끓이셨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께서 왜 그러한 일을 하셔야 하는지 여쭤보았다.

그때 아버지 말씀은 간결했고 단호했다. 우리 같이 못 배우고 부족한 사람들을 깨우쳐주고 사람노릇 하도록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 선생님들이시란다. 그리고 그 선생님들 중에서 가장 훌륭하신 분이 교장선생님이시란다. 그러니 너도 커서 꼭 선생님이 되었으면 한다.

그럴 수 있지? 아버지는 그때 진정으로 선생님을 존경하셨고 그러한 마음으로 필자에게도 존경받는 선생이 되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난 엉겁결에 그러겠다고 대답하였던 것이 지금까지도 교육자의 길을 걷을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제자들이 “사람노릇”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자로서의 책무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육자의 사명감은 생활의 한 수단으로써 일을 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일반적인 직장인의 사명감과는 분명 다른 부분이 있다.

교육자는 교육의 결과가 이 사회를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후진을 양성해야 할 책무와 함께 그들이 행한 사회활동의 결과에 대해서도 무한 책임을 갖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교직생활 30년을 넘기다보니 제자들의 사회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제자는 아주 성공하여 사회의 모범된 생활을 하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제자는 잘못되어 사회의 지탄을 받으며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가끔 잘못되어 밝게 살지 못하는 제자의 소식을 접한 적도 있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저려 오는 가슴으로 그 당시 학생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상기하며 많은 회한의 눈물을 흘려보기도 했다.

교수들로부터 요즈음의 학생들에 대한 이런 저런 학력저하 및 인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교수직이 날로 힘들다는 푸념을 듣게 된다.

그러나 교육이란 인간 행동의 계획적인 변화이며 교육자는 그 주체인 것이다.

덜 다듬어지거나 덜 가꿔져 있는 대상에 대하여 교육과정을 통해서 쓰임의 연장이 되도록 일깨워주고 능력을 개발시켜 행동이나 사고의 변화를 갖도록 함이 교육자의 역할인 것을 어찌 그게 푸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인간은 그 누구나 각각 자기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행동력을 갖고 있다.

다만 그 행동능력이 밖으로 잘 나타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 밖으로 표출되지 않고 잠재돼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을 현재의 모습만 보고 학습자를 평가하고 교육의 가치성을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교원은 학생의 숨겨져 있는 잠재능력을 발굴하고 개발시켜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원은 학생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갖고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소통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꼭 전문성과 관련한 소통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가슴 저변에 흐르고 있는 표현하기 힘든 마음까지도 들춰내 소통의 화재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학생이 스승을 신뢰하고 나아가 존경함이 아닐까싶다.

매년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은 교육자로서 자랑스럽고 남의 부러움을 사는 일이기도 하다. 배출된 제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능력의 소유자로 활동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들이 얼마나 든든한 마음의 후원자들인가?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신문지상이나 TV매체, 또는 구전으로 제자의 좋은 소식을 접할 때 필자는 내 자신의 일처럼 기쁘고 행복했었다.

나는 제자 사랑이야말로 스승보다 더 훌륭한 제자를 육성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제자 성공은 곧 스승의 성공이라고 말하곤 한다.

1990년대 필자는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교수로서 근무하고 있었다. 심야의 시간까지 연구실에 머물다보니 대중교통수단은 끊겼고 한적한 도로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 검은 새단차가 멈추더니 건장한 사람이 내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학창시절 퍽이나 속을 썩였던 가난한 집안의 외동아들 제자였다. 욕망은 타오르는데 가정환경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니 하루가 멀다 하고 결석 등 방황의 1년을 보낸 후 필자가 담임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였다.

학생시절의 방황을 감싸주고 격려해주었던 필자에 대한 기억과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는 말썽쟁이 제자가 그날 저녁은 왠지 빛나 보였으며 교직의 보람을 진하게 느끼게 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로 필자가 회갑을 넘긴지 2년째가 되건만 이렇게 현직에서 일할 수 있게 됨은 어쩜 교직이라는 직업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보람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일터인 학교가 있어서 행복하고 내가 머문 이 학교가 오래도록 학문의 전당으로 남아 사회에 꼭 필요한 후진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빛나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있기에 학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는 항상 우리 학생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얼마 남지 않은 교직생활 동안만이라도 제자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학습자는 배움의 많은 부분을 존경하는 사람을 통해서 행동의 긍정적 변화를 갖게 된다고 한다. 교습자가 학습자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 때 교육의 성과와 바른 가치형성이 강하게 이뤄지게 된다.

소통을 통한 신뢰, 그리고 신뢰 속에서의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자라게 된다면 스승에 대한 오늘의 현실은 바뀌게 될 것이라 자문해 보면서 돌아올 스승의 날 뉴스에서는 쓸쓸함보다는 훈훈한 스승과 제자의 미담만이 있길 기대해 본다.

(약력)
이권현 우송정보대학 명예총장
독일 Duisburg대학교 공학박사
전) 동신대학교 학생처장, 교무처장, 공대학장, 대학원장
전) 한국폴리텍대학IV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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