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미술관 국제전 '산수-억압된 자연'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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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미술관 국제전 '산수-억압된 자연' 개최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9.10.03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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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대전 = 이준희 기자]

이응노미술관(관장 류철하)은 오는 10월 15일부터 12월 22일까지 윤재갑(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을 공동기획자로 선임하여 이응노미술관 국제전 <산수 – 억압된 자연>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1세기 북송의 화가 곽희가 그의 저서 <임천고치>에서 제시한 산수화를 구성하는 3개의 시점 고원, 심원, 평원이 자연친화적 재현이라기보다는 인간중심적 시각으로 자연을 인위적으로 재해석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보고, 동양적 자연관에 깃든 인간중심적 시각을 비판하는 전시이다.

이러한 시각은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재단한 서양의 원근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자연 재현에 있어 이러한 관점은 현대사회로 넘어오며 CCTV 등 감시와 처벌의 권력을 위임받은 시각 테크놀로지로 발전해 세계를 인식/통제하는 기본 틀로 변모되었다. <산수-억압된 자연>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삼원법과 동양의 자연관, 그리고 현대문명에 잠재한 감시의 시선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1전시실에서는 이응노, 장위, 오윤석, 이이남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응노는 군부독재시절 가장 심하게 감시와 처벌을 작가 중 한 명으로 역설적이게 수난을 통해 현대 수묵화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다. <군상> 병풍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인물군상이 장면에 따라 다양한 투시법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과 항의의 몸짓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유와 평화, 공생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동방견문록> 연작 등 일련의 산수화 연작들에서 동양의 자연관을 직시한 이응노의 작업을 재해석 한다.

장위의 <곽희와의 대화>는 곽희의 삼원법에 대해 직접 다루는 작품이다. 장위는 작품에 잉크를 스며들게 해 자연적으로 생긴 산수 이미지 여러 개를 허공에 매달아 관객들이 그 주위를 거닐면서 직접 산수를 체험하는 과정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장위는 산수화가 가진 정신적 맥락을 재료적 물성으로 환원하여 숭고한 가치들을 하나씩 해체한다.

오윤석은 동양의 고전 텍스트를 칼로 자르고 꼬아내며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칼자국으로 뒤덮여 있거나 온갖 상처들로 가득 찬 오윤석의 산수화는 동양의 자연관을 상징하는 풍수지리가 인간의 자기욕망일 뿐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이남의 비디오 <만화 병풍>은 고전 산수화에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작품으로 전쟁터로 변한 산수화를 보여준다. 헬기와 탱크가 굉음을 내며 산수 속을 질주한다. 이이남의 작업은 전통산수화와 기계문명, 국제정치가 만들어낸 이 시대의 세기말적 산수화이다.

2전시실은 김지평, 션샤오민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김지평은 자연-인간-종교라는 문명의 조합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불교나 수묵정신으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된 여성성을 통해, 부처님이나 공자 같은 성인마저도 자연과 인간을 지속적으로 불공평하게 억압해 왔음을 보여준다.

션샤오민의 작품은 억압받는 자연을 철제도구와 분재를 가지고 표현한다. 분재는 일상 속에서 식물을 가꾸고 감상하는 자연친화적 행위이지만 사실은 식물을 성장을 억압하고 인간의 미의식에 맞게 재단하는 폭력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션샤오민은 이 점에 착안해 분재에 가해진 인간중심적 자연관, 폭력의 시선을 표현한다.

3전시실에는 펑멍보, 장재록의 작품이 전시된다. 펑멍보는 교육용 연환화 형식을 빌려 문화혁명기에 국가이데올로기의 주입 도구가 된 홍색회화를 비판하고 있다. 산수화의 주류적 형식이 지배이데올로기를 강화하고 인간을 개조하고 있음을 자신의 유년시절 일기를 통해 보여준다.

장재록의 회화는 전통 산수를 디지털 픽셀의 이미지로 해체하고 구성한 작품이다. 장재록은 삼원법이 고전역학의 가시적 세계에서만 작동하는 원리이며, 양자역학의 비가시적 세계에서는 무용지물이 됨을 보여준다.

마지막 전시실인 4전시실은 쉬빙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쉬빙은 중국 현대미술의 스타 작가 중의 한명이다. 쉬빙의 <백 그라운드 스토리: 루산>은 비닐, 신문지 등으로 산수화 이미지를 구현한 재기 넘치는 작품으로, 앞면에서는 루산을 그린 전통 산수화를 볼 수 있지만 뒷면에서는 이 작품이 쓰레기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산수화의 아름다움이 사실은 쓰레기로 만들어진 환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비디오 작품 <드래곤플라이 아이즈>는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발췌해 편집한 작품으로 현대사회에 만연한 감시적 시선을 폭로한다.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동아시아 산수화 전통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는 이번전시는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며, “윤재갑 중국 하우아트뮤지엄 관장과의 공동기획으로 만들어진 이번 전시가 중국과의 교류활성화 및 이응노화백의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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