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밥 좀 먹어보자아ㆍ엄마가 맛있게 만들었는데에”
상태바
[을지대병원] “밥 좀 먹어보자아ㆍ엄마가 맛있게 만들었는데에”
  •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
  • 승인 2020.10.21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

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를 위해 차린 밥을 아이가 맛있게 먹어줄 때, 그때만큼 뿌듯하고 기쁜 순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하고도 정작 아이의 식욕 때문에 솜씨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평소에는 잘 먹던 아이가 갑자기 밥을 멀리한다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부모로서 충분히 걱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왜 먹질 않죠?

우선 지금까지 잘 먹던 아이가 어느 때부터 식욕이 없어지기 시작했다면, 일단 그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무슨 병이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식욕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는 “식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발열이며, 감기, 입안이 허는 등의 입병, 위장계통 이상, 요로감염 등도 식욕을 잃는 흔한 경우”라고 설명한다.

만성적으로 식욕에 영향을 주는 질환으로는 빈혈을 예로 들 수 있으며, 대부분 철분 결핍성 빈혈인 경우가 많다. 또 변비나 결핵, 간기능 이상 등의 질환을 만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이렇게 신체적인 질환이 원인이 되어 식욕이 감소하는 거라면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식욕이 좋아지므로 원인 감별 및 치료가 중요하다.

문제는 동반질환 없이 음식을 잘 먹지 않는 경우다. 한 가지 의심해볼 만한 상황은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가 거부하는 것을 부모가 억지로 먹이거나 강요하는 경우다. 아이는 이에 대한 심리적 반항을 일으키고, 급기야 식욕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태어나고 생후 6개월까지는 체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그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체중의 증가 속도가 둔화된다. 이 과정에서 먹는 양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며, 먹는 양에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잘 먹고, 또 많이 먹어야 좋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음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간혹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에게 식사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단 맛이 나는 요구르트, 사탕, 과자 등의 간식을 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아이는 ‘먹기 싫다고 거부하니 엄마가 보다 맛있는 다른 음식을 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학습하게 된다. 결국 이런 반복적인 과정 때문에 편식의 악순환이 생겨나는 것이다.

또 편식 하는 아이에서 새로운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네오포비아(Neophobia)’라고 부르는데, 음식 네오포비아가 있는 경우가 있다.

네오포비아는 낯설거나 새로운 것에 대해서 느끼는 공포를 말하며, 이것은 생후 6~7개월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하고 음식 네오포비아는 대체로 만 2~7세에 최고조에 이른다.

이 시기 아이들이 새로운 음식에 대한 편식이 심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 청소년기로 가면서 음식 네오포비아는 서서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는데, 나이가 들면서 음식에 대한 친숙성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음식에 대한 노출을 시켜주고 공포감을 줄이는 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음식을 먹이고 편식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죠?

제일 중요한 치료약은 ‘공복감’이다. 활동하는 아이가 배가 고파지면 먹을 것을 찾게 마련이므로,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공복감을 느끼는데 필요한 시간을 부모가 참지 못하고 억지로 식사를 하게 하거나 간식을 내어준다면, 밥과 더욱 멀어지는 계기를 제공할 뿐이다.

또한 식사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길게 가져가는 것도 교정이 필요하다. 식사시간은 30분 이내로 줄이고 잘했을 때 칭찬을 해주는 등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도록 해야 하며, 미디어나 책, 장난감 등을 식사시간에 이용하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

더불어 부모의 일관된 태도 혹은 행동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음식을 많이 먹여야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또 식사 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의미로 식사 중간에 단맛의 간식을 주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일단 정해진 만큼의 밥을 먹지 않으면,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밥 먹이기를 시도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에게는 ‘아무리 울고 떼를 써도 엄마한테는 안 된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고, 다음부터는 조금씩 행동의 변화를 볼 수 있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밥이 먹기 싫어 우는 아이 앞에서 밥상을 바로 치워버렸다면, 아이는 다음번에도 밥이 먹기 싫다는 표현을 똑같이 행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가 적절한 공복감을 가지고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아이가 싫어한다고 해서 금방 포기해버리는 행동도 삼가는 것이 좋다. 궁극적으로 아이가 ‘먹는 행동’을 즐겁게 여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주영 교수는 “아이의 성장 속도가 평균 범위이고 컨디션이 좋다면 식욕에 대해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지만, 심각하게 먹질 않아서 성장발달이 부진한 경우라면 소량으로도 고칼로리 식이를 하거나, 질환 감별을 할 수 있도록 전문의의 진료 및 식이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