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하길 대변인]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만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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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하길 대변인]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만이 능사인가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3.12.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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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길 새누리당 대전시당 대변인.
여야 정쟁으로 중단됐던 ‘기초선거공천제 폐지’ 논의가 재점화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주호영)가 인선을 마치고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또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위원장 심대평)도 이와 관련한 위원회의 안(案)을 23일 쯤 확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는 보도도 있다.

지난 7월인가, 민주당이 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확정했다.

이에 한국갤럽이 곧바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내놓았는데 10명 중 6명이 찬성했다고 한다. 과반의 국민들이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구가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다. 이 말은 모름지기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를 운영하는데 있어 정당들이 깊게 간섭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내가 2000년부터 지금까지 15년 가까이 지자체와 정당에 근무하면서 그런 사례를 경험한 적이 없다. 유사한 언론보도 또한 기억에 없다.

그래도 굳이 꼽으라고 강요를 한다면, 있기는 있다. 몇 해 전 시의회 의장자리를 놓고 다수당 내 갈등이 심화되면서 의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당이 조정자로 나서 정상화 시킨 것을 들 수 있겠다.

당시 언론은 ‘왜, 정당이 뒷짐을 지고 있느냐’며 개입을 촉구했었다.

또 최근엔 어느 구의회가 감투자리를 놓고 수 년 째 이전투구를 벌이자, 보다 못한 각 당이 나서 소속 의원들을 소환․경고함으로써 정상화로 돌려놓은 사례가 있기는 하다.

이때도 당은 ‘자율적으로 처리해야지 섣불리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지켜보고 있었고, 반면 언론은 ‘자체 수습은 불가하니 당이 나서라’고 주문했었다.

그렇다면 ‘예속화’라는 말은 ‘정치적’이 아니라 ‘인적’ 예속화로 이해된다. 쉽게 말해 해당 선거구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이 공천권을 앞세워 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 기초의원의 생살여탈권을 틀어쥐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들(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에게 매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건 분명 그렇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지방자치나 지방의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요즘같이 국회가 할 일을 제쳐놓고 정쟁만 일삼는 것을 보면서 ‘차라리 공중분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지방의원 등에 대한 그들의 ‘갑을관계’가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들로부터 공천권은 박탈해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내가 보기에는,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찬성하는 이유가 ‘눈에 보이는 실질적 폐해’ 라기보다는 ‘정치인들이 꼴 보기 싫어서 분출된 감정이 앞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만에 하나, 그렇다면 이건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기초선거, 여기서는 기초단체장은 논외로 하고 기초의원 얘기만 해보자. 대전으로 볼 때 구의원 공천제를 폐지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

첫째, 비례대표가 없어지면서 여성 구의원은 찾아보기 어려울 게 뻔하다. 여기에 대해선 부연 설명이 필요없을 듯하다.

둘째, 능력은 있지만 돈이 없는 정치신인들이 설자리가 없어지고 소위 토호세력들이 판을 칠 것이다. 구의원에 출마하려면 아무리 아껴 쓴다고 해도 수 천 만원은 족히 필요하다.

만일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는다면, 낙선하더라도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정도의 득표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공천제가 없어지면 보장이 없다. 결국 젊은 정치지망생은 포기하고, 돈 있는 사람들의 잔치로 전락하게 된다.

셋째, 후보가 난립함으로써 검증이 어렵게 되고, 유권자는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자질과 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부분 역시 더 말할 것도 없다.

넷째, 무엇보다 예상되는 큰 문제는 당선 이후다. 지금까지 정당의 우산 속에 들어있었음에도 집행부 구성 갈등으로 인한 지방의회의 파행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까지는 그나마 정당이 나서서 최종 조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정당의 관리범주를 벗어나면 도저히 말릴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 땐 공천제 폐지가 아니라 지방자치 폐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처럼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공천제가 없었던 지방자치 실시 초기의 명예직 기초의원시절과 비교하는 것은 절대 무리다.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해서 공천제에 따른 폐해 또한 그저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심사제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협위원장 등이 공심위에 참여하지 않고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당외 인사들로 구성된 공심위에서 그 중 더 나은 후보를 선정하는 방식같은 것을 고려해봄직하다.

공천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공천제를 폐지하기로 한다면, 기초선거만이 아니라 광역선거, 아니 국회의원 선거도 공천제를 폐지해야한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공약이니, 어느 정당의 당론이다’해서 충분한 검토나 검증없이 밀어붙이거나, 혹은 떠밀려서 하게 된다면 내년 지선이후 향후 4년 간 지방의회가 전국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혼돈의 늪으로 빠질 수도 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하길(새누리당 대전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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