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수 칼럼] 정의의 규칙과 주의 사항으로 본 정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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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칼럼] 정의의 규칙과 주의 사항으로 본 정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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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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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문학 평론가)

정의의 규칙과 주의사항 등을 활용해서 만든 외국 영화가 있었다. 주인공이 아름다운 한 여성에게 호감을 가지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녀가 무식했다.

그래서 이 남자는 그녀를 가르쳐서 똑똑해지면 그녀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그녀를 똑똑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정의의 기법을 활용했다. 그 작품 속에서는 글짓기에서 사용하는 정의(定義)의 규칙과 주의 사항 등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완벽하게 설명되고 있었다.

그리고 정의에 대하여 이해함으로써 요즘 정치판의 혼란스러운 말잔치 속에서, 그 말들의 옥석을 가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어떤 사실을 설명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정의이다. 정의는 어떤 일(개념이나 술어)을 명확하게 서술하기 위한 방법이고, 내포된 의미를 해명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논점의 오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편이 밤늦게 귀가를 했다. 부인이 왜 늦었느냐고 물었을 때 남편이 “당신은 매일 반찬도 맛없게 만들면서 뭐 큰 소리냐?”고 답변했다면 이 둘의 대화는 어떻게 될까?

늦은 귀가도 문제이고 반찬을 만드는 실력도 가정생활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시작은 남편의 늦은 귀가가 초점이었다. 그리고 늦은 귀가와 반찬 문제는 공통점이 없다. 문제의 공통기반이 없기 때문에 둘이 대화를 통해 합의하여 결과를 도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서로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문제에 대한 대화가 진행될수록 감정이 더욱 격해지고, 결국은 해결책이 없는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이 둘의 대화는 논점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남편의 늦은 귀가가 문제가 되었을 때 주제는 늦은 귀가로만 한정해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야기를 반찬 투정으로 몰고 간 남편은 논점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의 부부싸움은 남편의 책임이다.

요즈음 언론을 보면 사회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가들이 이러한 이 논점의 오류를 활용하여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이 윤관석, 이성민 국회의원의 자진탈당에 대해 질문을 하자 “국민의 힘 태영호 의원의 녹취록은요?”라고 되물었다.

송영길 전대표의 당내 대표경선에 돈 봉투를 뿌린 것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국민의 힘 김현아 전의원은 어떻게 돼가요?”라고 되물었다.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니까 맞는 말이라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그러나 논점의 오류는 이러한 맹점을 노리고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사용하는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김남국 의원은 위믹스 코인 60억원이 문제가 되자 국민의 힘 전대표 이준석의 비트 코인 투자는 거론하지 않고 자기한테만 책임을 묻느냐고 한 것도 똑같은 오류이다. 언론에서는 동문서답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던데, 이러한 것들은 논점의 오류라는 비판이 적당하다.

정의의 규칙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종의 본질적인 성질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커스에 가면 광대가 양 팔로 물구나무를 서서 걷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은 두 팔로 걷는 동물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두 팔로 걷는 광대는 늘 걷다가 공연 동안에 잠깐 동안 두 팔로 걷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우연적인 성질이라고 한다. 인간은 두 팔로 걷는다는 말은 틀렸다. 두 팔로 걷는 것은 본질적인 성질이 아니라 우연적인 성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럴 수도 있어.”라고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라 틀린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본질적 성질과 우연적 성질을 혼동해서 큰 사회적 댓가를 치렀다.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광우병 사태로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 미국에서 수입한 소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에 대해 학자들은 확률이 몇억분의 일 정도라고 설명을 했다.

미국 소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것은 우연적인 성질인데 본질적인 성질인 것처럼 주장을 했고,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 동조했던 기억이 있다. 광우병 사태의 교훈은 정의가 사물의 본질적 성질을 서술해야 한다는 기본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연적인 성질을 본질적인 성질로 주장하는 사실들은 아직도 많이 있다. 성주의 사드 배치 때 전자파 때문에 사람의 몸이 튀겨질 것이라는 주장도 큰 사회적 댓가를 치렀다. 이는 인간이 두 팔로 걷는 동물이라는 말보다 더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현재 진행형인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처리수 문제도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과학적 결과가 나와도 광우병사태와 사드문제처럼 우연적 성질을 물고 늘어지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그들에게 “그것은 본질적 성질이 아니고 우연적 성질이야.” 라고 하면 끝날 수 있어야 한다.

정의 시 주의 사항에 감동의 오류가 있다. 목사님이 설교를 하셨다. “인간은 인간이 만든 자동차, 기차,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다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인간은 어리석게도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것들을 믿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다가 죽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것들은 목숨까지 버려가면서도 믿으면서 하나님은 안 믿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목사님의 설교에는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자신의 생각이 담겨 있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니까 남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치인들이 상대방의 입장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진영논리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면서 객관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외교나 국방문제는 여야를 초월해야 하는데도 여전히 보는 눈이 다르다. 무엇보다도 감동의 오류를 극복하면 팬덤 정치가 끝나고 건전한 정치문화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대단원에 영화 속의 여주인공은 정의의 규칙과 주의사항 등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이에 남자 주인공이 결혼을 신청하자 여주인공은 “감동의 오류”라고 답변한다.

이 한마디로 ‘당신은 무식한 나를 똑똑하게 만들어 주었으니 내가 고맙게 생각하고 결혼할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아름답고 똑똑한 내가 왜 당신과 결혼을 하겠느냐? 난 더 좋은 남자를 찾겠다.’라는 의미를 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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