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에너지연구원 벽이 너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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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에너지연구원 벽이 너무 높다
  • 강문경 기자
  • 승인 2014.03.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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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관은 이미 사무용 가구업체가 정해져 있습니다. 괜한 수고하지 마세요” 이 말은 국내 에너지기술에 관한 최고 권위와 실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모 자재과장이 사무용가구 업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이미 사무용가구를 구입할 업체가 정해져 있으니까 오지 말라는 뜻이다. 슈퍼갑이 슈퍼을에게 호통치는 소리이기도 하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직원들은 준공무원에 해당하며 사무에 있어서 공명정대하고 친절하게 처리 해야 하는 것이 그 책임이자 도리다. 하지만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사무용가구 등을 납품해 보기 위해 찾아오는 업자들에게 이렇게 문전박대를 했다.

국가기관과 공공기관들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기에 모든 물품구입에 있어서도 투명성과 청렴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비리나 의혹을 방지하기 위해서 모든 구입 물품에 대해서는 조달구매 즉,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내 조달구매는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라는 쇼핑몰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나라장터에 가면 수십만개의 물품들이 수요기관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나라장터를 통한 구입이 완전한 투명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특정물품에 대해서 수요기관과 업체가 짜고서 구입하게 되면 그도 역시 수의계약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래도 나라장터가 그나마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한 업체와 단가계약을 통해서 모든 가구들은 납품하고 있다.

지역 업계에서 이와 관련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모종의 거래나 유착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한 업체를 10년 동안이나 밀어주기를 했다는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 면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취재 도중에 에너지연 자재과장은 본인이 내뱉은 말에 대해서 실수를 인정했다. 바쁘고 일이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업자들에게 심한 말을 하게 됐다고 실토했다. 공공기관을 드나드는 업자들도 대부분 자영업자들이고 우리의 이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일부 업자는 기자에게 어떻게 그런 사람이 공공기관의 자재과장을 맡고 있냐며 하소연했다.

공공기관의 중요한 물품들을 잘 구입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책임과 더불어 품위 있는 인격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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