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이 70대 할머니 전 재산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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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직원이 70대 할머니 전 재산 지켜줘
  • 강현준 기자
  • 승인 2010.05.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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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9500만 원 날릴 뻔, 우체국 직원들 끝까지 설득

▲ 임준형(남), 이미예(여) 직원
충남 부여에 사는 70대 노인이 전화금융사기에 속아 고액을 넘겨줄 뻔 했으나 우체국 직원들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막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충청체신청은 10일 부여 내산우체국에서 직원들의 현명한 대처로 지역주민이 소중히 모은 자산 9500만 원을 지켰다고 밝혔다.

내산우체국 직원 임준형씨(남, 35세)는 김모씨(77세)가 우체국 밖에서 10여 분간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들어와, 다급하게 정기예금을 해약하고 현금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재촉하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해약을 말렸다.

마침 이날 오전, 우체국에도 카드가 연체되었다는 전화가 연이어 걸려와 보이스피싱을 바로 직감한 것이다.

직원의 설득에도 김씨는 직원과의 대화를 피하며, 막무가내로 거래를 계속 해 줄 것을 고집했다.

이에 직원 이미예씨(여, 40세)가 김씨를 안심시키며 최근 전화금융사기 유형과 수법을 상세히 설명했고 그제야 김씨는 완고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자신도 비슷한 상황 같다고 수긍했다.

때마침 김씨의 휴대전화가 울려 확인해 보니, 외국 발신번호였고 결국 김씨도 전화사기라는 걸 깨닫고 즉시 거래를 중지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김 할머니에 따르면 10일 오전 11시경 집 전화로 “국민은행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빌려 준 적이 있냐?”며 “신용카드를 은행직원이 도용해 95만 원이 연체됐다”고 자기는 카드회사 직원이니 예금을 보호해주겠다는 낯선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카드회사를 사칭한 사기범이 통장 잔고를 물어 김씨는 “우체국에 9500만 원 정기예금이 있다”고 순순히 말해줬고, 사기범은 “우체국에 가서 예금을 해약한 후 현금카드를 만들고, 혹시라도 직원이 물어보면 자녀에게 줄 돈이라고 답하라”고 구체적으로 행동요령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김씨는 “사기범들이 우체국 직원들도 같은 편이라고 해, 직원의 말을 믿지 못했다”고 말하고 “지금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떨리며 심장이 벌렁벌렁하다”며,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지켜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김준영 충청체신청 금융검사과장은 “우체국 직원들의 적극적인 대처로 대전·충청지역에서만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사례가 올 들어 15건에 6억 6000만 원에 달하고 있다”며, “우체국이나 은행직원을 믿지 말라고 하거나, 예금보호를 빌미로 현금이체를 유도하면 틀림없는 전화금융사기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강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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