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희 칼럼] 회덕향교 춘기석전대제를 봉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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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희 칼럼] 회덕향교 춘기석전대제를 봉행하며
  • 케이애드에스엔씨(주) 대표 한창희
  • 승인 2017.03.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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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애드에스엔씨(주) 대표 한창희

얼마전 회덕향교(懷德鄕校)에서는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춘기석전대제(春期釋奠大祭)를 봉행(奉行)하였는데 필자는 장의(掌議-선비, 성균관 유생 중 임원)로서 참여하였다.

“조선시대의 향교가 아직도 있나?” 또는 “향교가 우리 대전에도 있었나?”라고 의문을 갖는 분이 많으실 걸로 생각되어 우리 지역에 있는 향교에 대해 몇 말씀 소개하자면 먼저 대덕구 읍내동에 있는 회덕향교는 조선초 세종대(1430년경)에 처음 건립되어 임진왜란시 소실된 것을 선조 33년(1600년)에 중건하였고 순조 12년(1812)에 보수하여 현존하고 있으며, 그리고 이 지역 또 하나의 향교인 진잠향교(鎭岑鄕校)는 유성구 교촌동에 있으며 태종대(1405년)에 지어진 것이 잘 보존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물론 두 향교는 당연히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향교는 고려 태조대(930년)에 유교이념을 강학하고 인재를 육성하고자 평양에 설치한 것이 최초이다. 

이후 고려 성종 및 인종 때에 전국 12목과 각 주에 학교(향교)를 세워 교육을 진작시켰으며 조선시대에 와서는 전국의 행정단위마다 1개소씩 총 360개가 설치(현재 234개)되는 등 본격적인 발전과 교육기관으로 정비되었다. 향교가 했던 일을 보자면 그 기능을 크게 둘로 분류할 수 있는데 국가의 지방교육기관으로서 유학 등을 가르쳐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적 기능과 5성(五聖), 송조6현(宋朝六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제향을 하는 문묘배향(文廟配享)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춘기석전대제는 후자로서 이 모든 성현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제를 지낸 것이다.

조선시대의 향교에서 교육했던 과목은 전국적으로 동일했는데, 사서오경(四書五經-논어, 대학, 중용, 맹자, 역경, 서경, 시경, 예기, 춘추)으로 대표되는 유교의 경전과 동국통감으로 대표되는 역사서, 시(詩), 서(書), 산문(散文)의 문학서와 그 외에도 역법, 산술, 의술 등 실용 지식도 있었으며 수업방식으로는 선생님인 교수(敎授)와 훈도(訓導)로부터 일대일 문답수업을 위주로 하면서, 학생들의 학문적 의욕을 환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각종 지역행사에 참여시키는 현장학습을 하기도 했다.

이해를 돕고자 좀 더 부연하여 체제까지 설명드리자면 조선시대의 교육은 초등교육기관(오늘날의 초등학교)인 서당(書堂)과 중등교육기관(오늘날의 중·고등학교)으로서 공립무상교육을 실시하는 향교(鄕校) 그리고 사립유상교육을 실시하는 서원(書院)으로 양분되어 있고, 고등교육기관(오늘날의 대학교)으로는 중앙의 국립대학인 성균관(成均館)이 유일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고종 31년(1894년)에 인재등용문인 과거제를 폐지시킨 이래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정신 말살을 목표로 식민지 교육정책(일제하 제1차, 제2차, 제3차 신교육령)을 강력히 추진하여 민족 정체성과 지방지식인의 정치활동 및 여론형성의 구심처 역할을 했던 향교는 그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였던 것이다.

오늘날의 향교는 일제강점기의 교육체제가 해방과 6.25전란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진 상태에서 점차 개선된 현행 교육제도에 교육기관으로의 기능을 상실하고 부분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충·효·예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인성 및 예절교육과 성인을 대상으로 사회교육적 차원의 유학교육을 강학하는 것으로 명맥을 잇고 있으며, 문묘에 대한 제향조차 약식으로 행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모범향교로 이름난 진주향교나 전주향교 등 소수의 향교가 지역 교육청과의 협의 하에 청소년에 대한 인성교육을 학교수업으로 인정받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는 바, 이는 비록 우리 대한민국이 이념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경제질서체제를 받아들이고 서구 근대주의 인간관인 합리성을 근간으로 가르치는 교육체제로 인하여 크게 발전에 기여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정체성 또는 가치관 혼재나 혼돈 등으로 이어진 결과 청소년 일탈문제나 부부 이혼율 급증으로 가정불화가 심해지고 나아가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받는 등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의 해결방법으로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살펴보건대, 현대식 교육을 받은 많은 지식인들이 사서오경 등 전통윤리는 봉건적 시대의 소산이기에 과거의 유물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일축해버리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례(一例)로 전통윤리의 규범 이면에 바탕이 되고 있는 천도(天道)의 원리는 항상 생명력을 충만하게 하고 생명체들 간의 조화로움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갖게 하고 있다. 

즉 흔히들 알고 있듯 전통윤리는 상하주종적 인간관계를 강조하고 인간성을 허례로 압박하는 케케묵은 낡은 형식만은 절대 아닌 것이다. 

즉 부자(父子) 또는 부부(夫婦), 가족(家族)의 윤리는 오늘날 서양식 교육관에서 전혀 찾을 수 없는 소중한 가정윤리의 지침이 되며 장유(長幼)나 붕우(朋友) 윤리는 ‘낯선 사람들’로 이뤄진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상호간 인간적 공경과 신뢰의 정신에 바탕을 둔 바람직한 사회공동체 정신의 가르침이 되고, 군신(君臣)의 윤리는 민주사회에서 시민 상호존중하에 정의와 합리, 양보와 질서의 마음으로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의식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회덕향교는 문묘(文廟)에 배향된 우리나라 18현 중 조선시대에 경세사상 및 예학사상으로 크게 이름난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동춘 송준길(同春 宋浚吉) 선생을 배출한 곳으로 향교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는 유서 깊은 곳이다. 

비록 현재는 우리 후손들의 관리 소홀로 명륜당(明倫堂)과 대성전(大成殿)만 있는 상태이고 강학과 제향을 보조할 수 있는 동무(東廡), 서무(西廡), 동재(東齋), 서재(西齋) 등이 결여되어 있으나 언젠가는 이를 완비하여 선현의 높으신 뜻을 계승하고 전파하는 등으로 지역의 교화에 이바지하고 나아가 정신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날을 기원해 보며, 아울러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한번쯤 방문해보시기를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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