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수 칼럼] 김정은 유고 논란 과정에서 확인한 북한의 큰 변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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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칼럼] 김정은 유고 논란 과정에서 확인한 북한의 큰 변화1
  • 이준희 기자
  • 승인 2020.05.05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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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문학평론가)
임관수(문학평론가)

최근에 북한의 지도자가 20일간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김일성의 생일로 북한의 가장 큰 명절인 태양절에 금수산 태양궁에 참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신변에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주를 이루었었다.

태양절은 왜 그렇게 큰 명절이 되었으며, 그는 그 큰 명절에 왜 참배를 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에리히 프롬이 천착한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보았다.

소련은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국가였는데, 공산주의 체제를 선택한 후에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 역사적 사실은 공산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시사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소련은 공산주의 체제를 선택한 후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을까? 그것은 공산주의가 국가를 하나의 거대기계로 보고 국민을 부속품으로 보는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인건비 비중은 제품 원가의 대략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련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을 만들기 위해서 라고 선전을 하며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였다. 국민에게 인건비를 적게 지급할수록 나라는 부유해질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가난해도 그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기본 수준은 지켜주어야 했다. 이러한 기본수준을 지켜주는 방식은 배급제였다. 물량이 풍부하면 배급제를 할 필요가 없다.

배급제 사회에서는 물건을 구하기도 힘들고 늘 부족하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물량만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소련은 국민에게 인건비를 싸게 지급하고 그 댓가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원자탄을 개발하였다. 소련의 강대국화는 결국 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중국과 북한에서도 소련과 같은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소련처럼 나라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 국민들이 희생을 해달라고 할 처지가 못 되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을 해라. 그러나 인건비는 싸게 지급할테니 참아라.”라고 설득시킬 수 있을까?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개인의 우상화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희생과 봉사를 한다. 마치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듯이 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걸기도 하는 것처럼. 중국과 북한은 이러한 개인에 대한 사랑의 방식으로 개인을 우상화하고, 이들을 위해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방법은 선택했다.

중국은 위대한 지도자로 모택동을 내세웠으며, 북한은 김일성을 내세웠다. 모택동과 김일성의 우상화는 국가를 중시하고 개인이 희생하는 국가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내세워진 것이다.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인 그들이 국민들에게 희생과 봉사를 원하니 그 분을 위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월급을 적게 받거나 월급을 받아도 상당부분을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은 이러한 체제를 좋아할까? 이러한 체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사유재산제 부정을 기반으로 하는 소련과 중국, 북한 등 공산주의 체제가 처음 출발할 때에는 토지나 아파트 등 개인자산을 국유화하는 혁명적 조치가 뒤따른다. 이 때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저항이 뒤따른다.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재산이며, 이것들을 모으기 위해 피땀흘려 일하고, 먹을 것 못 먹고, 놀러가고 싶어도 참고 마련한 재산을 공짜로 내어놓으라는데 좋아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못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조치를 좋아할 수도 있다.

이러한 안건을 토론으로 해결하려면 나의 재산은 나의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이길 수 없다. 그러므로 토른의 싹을 잘라야 한다. 토론금지의 이러한 국가 정책을 교조주의라고 부른다. 국가에서 정한 것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따르지 않을 때는 숙청을 한다.

따라서 공산주의가 시작될 때 대규모의 숙청은 불가피하다. 소련이 공산화 되고 1,350만명이 숙청되었으며, 중국이 문화혁명 때 650만명을 숙청되었고, 캄보디아에서는 캅보디아가 킬링 필드라고 불릴 정도로 숙청자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숙청되었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한 숙청을 통해 세워진 거대기계 국가에서는 북한의 개성공단 직원이나 동남아 북한식당 여종업원, 러시아 벌목공들처럼 월급의 상당부분을 국가에 헌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소련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 라는 명분으로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그렇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김일성의 우상화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민족의 지도자인 김일성의 생일은 북한 최고의 명절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북한은 원자탄을 개발했으며, 그보다 열배 이상의 파괴력을 지닌 수소탄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핵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잠수함 발사 원자탄 개발까지 거의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세계 최강인 미국도 북한을 공격하기 전에 커다란 희생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미국 본토 코 앞에 북한의 핵무기장착 잠수함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은 명실공히 미국한테 큰 소리를 치는 세계최고의 강대국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북한은 이제 궁색하게 개인의 우상화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다. 따라서 북한 지도자는 지금까지 북한 최대의 명절이던 태양절 참배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김정은이 지금까지 북한 민족의 최대명절이던 태양절 참배를 무시하고, 20일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북한의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불가피한 건강문제로 인한 것일지라도) 북한은 핵을 보유함으로써 공산주의 체제유지를 위한 명분으로 내세우던 개인우상화 단계를 초월하여 소련처럼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 라고 국민에게 내세울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이제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핵을 보유한 북한을 전제로 국가안전망을 빨리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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