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우리가 오해한 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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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가 오해한 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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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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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촛불 2만촉…"자꾸 이러면 '횃불' 들 것"

[프레시안 양진비,성현석/기자]

땅거미가 내려앉은 광장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퍼를 턱까지 올린 사내들은 이리저리 몸을 뒤채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바짝 붙어 앉은 연인들은 서로 어깨에 걸친 팔을 끌어당겼다. 교복차림의 아이들은 찬 공기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표정 위로 봄기운이 완연했다. 그리고 이들의 손에서는 모두 노란 촛불이 일렁였다. 14일 저녁, 2만여 명이 모인 서울시청 앞 광장의 풍경이다.

"우리가 얼마나 모여야, 대통령이 항복할까요?"

이들이 왜 모였는지는 묻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여덟 번째 촛불 집회다.

집회가 회를 거듭할 때마다, 모인 이들의 수는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일렁이는 촛불에 담긴 간절한 기운은 늘 한결같았다. 곳곳에서 무전기를 든 사내들이 서성이는 풍경까지 매번 그대로였다. 이날 역시 청소년들의 집회 참여를 막으려는 경찰과 교육청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는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는 대학생 윤성훈 씨는 "우리가 얼마나 모여야, 대통령이 항복할까요"라고, 오히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수첩에 볼펜을 끼적이며 대답을 궁리하는 사이에, 옆을 지나던 청년이 대신 대답했다. "계속 모여야죠. 계속 퍼 나르고."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가 계속 열리고,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정부 정책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다면,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 고집을 꺾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들렸다.

▲ ⓒ프레시안


▲ 14일 밤, 2만여 개의 촛불로 메워진 서울시청 앞 광장.ⓒ프레시안

"내가 이명박 탄핵 카페 주인이다. 나를 잡아가라"

이날 서울 광장에 모인 이들은 거의 한목소리로 촛불 집회 주동자를 사법처리 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을 성토했다.

집회가 열리는 내내, 서울광장으로 향하는 지하철 역 입구 앞에서는 한 대학생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이명박 탄핵투쟁 연대 카페 주인이다. 내가 탄핵 서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를 잡아가라!"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정말 카페 주인이에요?" 물론 아니다. 수많은 카페 회원 중 한 명일 뿐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다는 그는 광우병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집회에 참석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경부 운하 건설 계획이 영 못마땅해서,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게 그가 경험한 최초의 '정치 활동'이었다. 어쩐지 구호를 외치는 품새가 영 어색하다 싶었다.

▲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의 촛불 집회 주동자 사법처리 방침에 항의하며, "나를 잡아가라"라고 외쳤다. ⓒ프레시안

"촛불이 참 아름다워요"…"친구들은 왜 안 와요?"…"취직 준비 하느라요"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30대 남성은 자신을 '매국노 저격수'라고 소개했다. 그는 할 말이 목에까지 차 있는 듯했다. 기자가 다가가자, 쉼 없이 말을 쏟아냈다. 광우병에 대해 공부를 꽤 한 모양이었다. '이런 이들을 가리켜, 누가 비과학적 선동에 넘어갔다 하는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쳤다.

그는 "OIE(국제수역사무국)는 자신들의 기준을 '참고만 하라'고 말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OIE 기준을 꼭 지켜야만 하는 것처럼 설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선, 중앙, 동아 등은 지난해에는 국내 수입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에서 뼈가 검출됐을 때 크게 문제 삼더니 정권이 바뀐 올해에는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까지 안전하다고 보도한다"며 보수 언론의 '말 바꾸기'를 질타했다. 또 그는 "정부에서 고시를 미룬다고 했지만 재협상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임기응변적 접근 형태"라며 "국민이 밀어붙여 재협상으로 끝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대학 신입생 정맥 씨는 "촛불집회가 폭력 시위가 아니라서 나왔다"라고 했다. 2만여 개의 촛불이 그의 눈망울에서 일렁였다. 그는 "참 아름답다"라는 말을 거듭했다.

그래서 "이처럼 아름다운 집회에 왜 20대 청년들의 참여가 저조할까"라고 물었다. "취업 고민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새 익숙해진 문답이었다.


▲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이명박 대통령 분장을 하고 벌인 퍼포먼스. ⓒ프레시안

"쇠고기 문제만 잘못? 천만에!"

386 세대 직장인인 김 모 씨는 이날 집회에 참석하려고 김포에서 왔다. 그는 "참 놀랐다"라는 말을 거듭했다. "설마" 했다는 게다. 그는 "한두 번의 집회로 열기가 식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처럼 열기가 계속 고조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했다. 그가 이야기한 "많은 생각"은 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관한 것이다. 그는 "친재벌, 친보수, 엘리트주의가 현 정부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단?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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