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매장, 2천원짜리 4천원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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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매장, 2천원짜리 4천원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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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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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약국에서 의약품 평균가격표를 잘 볼 수 없는 곳에 붙여 놨다. <이충우기자>
"비싸도 너무 심하네요. 우리 동네에서 사면 절반 가격인데…."

지난 11일 휴가를 받아 모처럼 가족과 필리핀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온 박 모씨(32). 전날 급하게 짐을 싸는 바람에 미처 챙기지 못한 모기퇴치제 등 비상약을 사기 위해 급히 약국에 들렀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약국에서 "그건 10년 전 가격이다. 요즘 다 비싸게 판다"고 당당하게 말한 것에 더 화가 났다.

박씨는 바가지를 쓴다고 생각했지만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공항을 찾은 장 모씨(29)도 "당장 1시간 뒤에 출국해야 하는데 시내에 나갈 수도 없지 않으냐. 공항엔 약국이 몇 군데 없는데 모두 비싸니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사야만 한다"고 말했다.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 여행에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매장을 찾는 여행객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해열제와 모기퇴치제는 시중 약국에 있는 제품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출국심사대 앞에 있는 A약국에서 4000원에 파는 멀미약은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서 사면 2000원에 불과하다. 또 B약국에서 3000원에 파는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을 종로의 한 약국에선 2000원에 팔았다.

김광호 보건복지가족부 의약정책과장은 "공항 약국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의약품은 판매자가격표시제기 때문에 동일한 약을 더 비싸게 팔아도 불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2006년 약국의 경우 바가지가 너무 심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러자 공항은 해당 약국을 퇴출시키고 지난해 말부터 다른 사업자와 계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항 안에서 부가세가 붙지 않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푸드코트의 음식 가격도 자장면 7000원, 육개장 8500원, 비빔밥 7000원 등 시중가격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인천공항 백화점 매장들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도심 대형마트에서 3700원에 파는 똑같은 포장김치를 이곳에선 5300원에 팔고 있다.

배낭여행객이 많이 찾는 마스터키용 자물쇠는 신세계 공항점에서 가장 싼 것은 2만3000원, 애경백화점 공항점에선 1만7000원이다. 그러나 서울역 롯데마트에선 9800원에 판다.

신세계 공항점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는 손님도 많고, 수준과 안전성을 고려해 같은 품목이라도 고급 브랜드 제품을 팔고 있어 비싼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매장이 비싼 이유에 대해 매장 점주들은 먼저 임차료와 운송비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A약국 C사장은 "손님들에게서 비싸다는 불만을 많이 듣는 것은 사실이지만 4~5평 임차했는데 월세만 2800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또 신세계 관계자도 "150평 임차했는데 연간 임차료가 15억8000만원"이라며 "8년 동안 영업하고 있는데 지난해 처음 흑자가 났다"고 밝혔다. 유동인구가 많은 1호선 시청역 바로 옆 점포의 월세는 평당 81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임대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다.

여태수 인천공항공사 상업시설팀장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공개 경쟁입찰로 진행하는데 하루 유동인구가 20만명이나 되니까 경쟁적으로 높게 불러 임대료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문제는 올부터 적용되는 공기업운영법 최고입찰제에 따라 임대료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 공항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 규정상 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서로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반드시 최고입찰제를 적용해야 해 임대료가 낮아질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찰할 때 제도적으로 상한제 등 보완 장치를 두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대료가 낮아져도 사업자들이 독과점에 의해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므로 공사 측도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경 하나투어 대리는 "공항에서 사면 비싸다는 것을 미리 인식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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