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수 칼럼]대의 명분이 왜곡된 정치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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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칼럼]대의 명분이 왜곡된 정치들을 보며
  • 임관수 논설위원
  • 승인 2011.11.0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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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논설위원.
서울시의 무상급식 논란은 서울시만이 아니라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가 되었다.

오세훈 시장의 무상급식 찬반투표와 그 결과에 따른 사퇴, 그리고 재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안철수 돌풍 등은 당분간 전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문제가 그렇게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나아가는데,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갈림길에서 하나의 시금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복지를 중시하는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이 당선이 되어 무상급식이 실시되었으니 그 문제는 일단락된 것 같다. 일단 복지 확대가 대세로 밝혀졌다. 그러나 무상급식 논쟁과 안철수와 서울시민의 지지를 받아 박원순이 시장이 되는 과정을 보면 철학의 부재와 감정대립이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먼저 무상급식 논쟁전개과정이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미 무상급식을 받고 있는데, 부유층 자녀에게 무상급식을 확대하라고 주장을 하고, 부유층 사람들은 시에서 그들 자녀에게 공짜로 식사를 제공하겠다는데, 반대를 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층에 무상급식이 실시되면 자신들이 받을 몫이 줄어든다는 것을 몰랐을까? 혹은 그것을 감수하겠다거나, 부유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었을까? 이러한 호의에 사양으로 맞서는 듯한 부유층의 모양새는 볏단을 형님과 동생이 서로 상대방에게 가져다 준 옛 이야기처럼 가히 감동적이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이다. 사실 이전에 그동안의 반목과 질시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줄 수 없다는 오기가 되어 그런 말도 안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교육감의 정책에 반대해서 시장직을 버린 오세훈 시장도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교육감의 정책에 반대해서 시장직을 버린 것은 중이 싫어서 절이 떠난 것처럼 본말이 전도된 형국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후보매수죄로 구속된 것도 오세훈 시장의 행동을 조롱하고 있다. 구태어 그렇게 싸울 필요도 없는 상대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싸웠으니 보는 사람도 허탈하다.

이때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와 박원순의 등장이 극적이었다. 상아탑의 세계에 있던 안철수가 "화가 나서 못 참겠다."며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밝히자 지지율이 당장 50%를 넘어섰다. 이에 시민단체에 있던 박원순도 출마를 하겠다면서 나섰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율은 5%에 불과했다.

이 둘의 만남에서 서울 시민 지지율 50%의 안철수가 5%의 박원순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했고, 안철수 지지자들이 박원순을 지지해서 박원순의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이 과정도 말도 안된다. 안철수는 그를 믿고 지지해준 50%의 의사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서울시민의 의사를 조금이라도 신중하게 고려했다면, 5% 지지율의 박원순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할 수 있었을까? 그는 시민의 지지를 사유물처럼 향유하는 무책임한 일면을 보여주었다.

무책임한 안철수보다 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서울시민들의 반응이었다. 서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전투구하는 정치권에서 50%지지율의 안철수가 5% 지지율을 지닌 박원순에게 양보한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행동이었다.

그러나 5%의 지지율을 지닌 박원순이 50%의 지지율을 지닌 안철수에게 양보해달라고 한 것은 뻔뻔스러운 행동이었다. 서울 시민은 멋진 사람 때문에 정반대의 사람을 뽑는 아이러니를 범했다.

박원순의 선거과정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점철되었다. 대기업의 돈을 받은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반문이 우리를 어이없게 만든다. 대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단체이다. 이들은 사회복지에도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그들이 자신들이 생색을 낼 수 있는 곳에 투자하지 않고 왜 박원순에게 후원을 했을까? "돈은 받았지만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은 더욱 말이 안된다. 돈만 받고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것은 사기꾼이나 할 일이지, 사람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우리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대기업의 돈을 받아서 돈을 풍족하게 쓰면서 하기보다는 춥고 배고픈 가운데 의혹이 있는 돈은 누가 주더라도 받지 말고 떳떳하게 목소리를 키워가기를 바란다.

이러한 현상은 하나만 잘 하면 대학에 간다는 이해찬의 전인교육 포기, 인성교육 포기가 빚어낸 결과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학의 교양과목에서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 푸대접을 받은 결과가 빚어낸 당연한 결과이다.

그 당시 문학, 역사,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이 사회가 인문학을 푸대접한 댓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말을 했는데 지금 우리 사회가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음을 요즘 정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자는 “명분이 바로 서지 못하면 말(언론)이 순조롭지 못하고 언론이 순리하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악(문화)가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형벌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면 국민이 손발을 둘 곳을 찾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명분을 세운다면 반드시 명분에 합당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말을 할 수 있다면 반드시 실행할 수 있어야 하니 군자는 자신의 말에 대하여 구차함이 없도록 할 뿐이라고 하였다.

명분과 실행이 합치되는 정치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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