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연구진, 탄소양이온 합성 및 반응경로 조절하는 새로운 촉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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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진, 탄소양이온 합성 및 반응경로 조절하는 새로운 촉매 개발
  • 이준희 기자
  • 승인 2020.12.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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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 원료물질 합성하는 만능촉매 개발
-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 원료 합성 성공 … 부작용 줄인 신약 개발 기대
장석복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오른쪽, 교신저자)과 홍승윤 연구원(왼쪽, 제1저자), 김동욱 연구원 (가운데, 제2저자)
장석복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오른쪽, 교신저자)과 홍승윤 연구원(왼쪽, 제1저자), 김동욱 연구원 (가운데, 제2저자)

화학소재, 의약품, 플라스틱 등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유기화학 반응의 산물이다. A라는 물질이 화학반응을 거쳐 B라는 물질로 변할 때 짧은 수명을 가진 중간단계를 거치는데, 이 중간물질의 하나가 ‘탄소양이온1) ’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장석복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 연구팀은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생성하고, 이를 원하는 구조의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또, 이 촉매를 활용해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 물질로부터 의약품의 주요 원료인 감마 및 베타 락탐2) 을 제조하는 데도 성공했다.

탄소와의 결합을 견인하는 탄소양이온은 유기화학 반응에서 중요한 중간체 중 하나다. 매우 불안정해 여러 분자와 쉽게 반응을 일으키지만, 수명이 10억 분의 1초 보다 짧아 실험적 관찰은 물론 반응성 조절이 어려웠다. 탄소양이온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연구에 1994년 노벨화학상3) 이 수여됐을 정도다.

탄소양이온은 탄소에 붙은 수소 이온을 제거하여 탄소-탄소 이중 결합을 형성한다. 하지만 한 분자 내 여러 개의 수소가 존재할 경우 특정 수소이온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웠다. 즉, 불안정성 때문에 합성이 까다로운데다, 원하는 특정 유형 화합물만을 골라 합성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여 이 난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2018년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이리듐 촉매4) 를 탄소양이온의 형성과 변환 등 모든 반응 단계에 관여하는 다측면성 촉매로 개선했다. 우선 친전자성이 도입됐을 때 탄소양이온이 쉽게 형성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나이트렌5) 이라는 강한 친전자체를 탄소-탄소 이중결합에 삽입시켜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만들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연구성과 개요
연구성과 개요

연구를 주도한 홍승윤 박사후연구원은 “계산화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의 특정 부분이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서 수소이온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함을 파악했다”며 “이 스펀지 역할을 극대화한 촉매 설계를 통해 반응경로를 조절해 부산물 형성 없이 원하는 화합물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석유, 천연가스 등 탄화수소화합물로부터 더 다양한 의약품 원료물질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개발한 촉매는 5각형 고리 구조 질소화합물인 감마-락탐(제약품의 기본 골격)만을 합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촉매는 4각형 고리 구조인 베타-락탐까지 합성 가능하다. 베타-락탐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 계열 약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물질이다.

더 나아가 연구진은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쪽 분자만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골라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카이랄성(거울상 이성질성) 약물의 형성을 막아 부작용 위험을 줄인 신약 개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석복 단장은 “유기화학 반응의 핵심 중간체인 탄소양이온을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반응경로를 조절했다는 학문적 진보와 함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산업적 의의가 있다”며 “감마-락탐, 베타-락탐은 물론 카이랄 화합물까지 합성 가능한 ‘만능 촉매’를 이용하면 자연에 풍부한 물질로부터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22일 새벽 1시(한국시간) 화학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IF 30.471) 온라인 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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