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하는 정치인” 충남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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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말하는 정치인” 충남도백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09.12.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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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칼럼니스트
우리의 선인 율곡선생은 國政天心順이요 官淸民自安이라고 했다. 즉 국가의 정치가 잘되면 백성은 순화로워 지고, 관청이 깨끗하면 백성은 편안하다는 말이다. 그렇다. 국가는 국민이 근심걱정 없이 살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TV에 출연하여 ‘국민과의 대화’를 했을 때 얼핏 얼마나 답답하고 다급했으면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호소하려고 했을까. 대통령의 말에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급기야 이완구 충남지사는 “책임과 신뢰”를 택하여 사임하고 말았다.

‘세종시 원안추진에 도시사직을 걸겠다’고 약속을 해온 도지사가 대통령이 나서서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하여 백지화를 전제로 한 수정이 불기피한 듯한 발언을 했을 때 충청도민들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경위야 어찌되었건 간에 소위 국정을 예단하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제정된 법안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묵살될지 모르겠다는 현실을 보고 도지사의 힘으로는 도저히 원안추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고 약속대로 사퇴의 길을 택했을 것이다.

국민이 합의하면 헌법을 위시하여 그 어떤 법안이라도 개정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먼저 국회에서 타당성 있는 설득으로 세종시 설치 법안을 개정하는 일부터 했어야 옳았다. 그렇지 않고는 현재의 법안이 살아 있는 한 어느 누구도 별 도리가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얼핏 대통령의 맘에 들지 않는다면 법을 무시하고 무엇이던지 행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그런 선례를 남겨 놓는다면 정권이 바뀌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대통령의 말대로 행정부처가 멀리 있으면 국정을 수행하기 어렵다는데 현재의 과천청서도 또 대전청사도 대통령 가까이 세종로로 이전해야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더욱이 애초에 세종로에 있던 국회를 여의도로 옮겨 놓았는데 국회도 너무 멀리 있다. 모두 세종로로 이전해야 옳다는 논리가 타당할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으로 서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판단으로 시작된 일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서울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쾌적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단순히 충청도 표만 의식해서 이루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충청도 표야 어디 수도권이나 경상도 표와 비교도 할 수 없지 않는가. 전국토가 고루 발전해서 이 나라 어디에 살던 문화와 복지를 누릴 수 있기를 고대하고 기다렸기에 국민은 부풀어 있었는데 세종시가 수정 변질됨으로서 타 지역 역시 희망이 물거품이 안 된다고 믿겠는가. 따라서 돈 있고 힘 있는 정부부처나 민간 기업이 여건이 여러 가지로 불편한 지방으로 옮겨가리라 생각하는가.

청와대에서 사람을 보내 이 지사의 사퇴를 만류했을 때 도지사의 심정은 얼마나 착잡했을까 이해할만 하다. 그는 정치적 명운을 걸고 결단을 내림으로서 충청인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외국에 나가 쉬었으면 좋겠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끝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외롭게 투쟁하는 선량한 충청인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돼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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