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병원, 선천성 멀미 증후군 겪는 열일곱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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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병원, 선천성 멀미 증후군 겪는 열일곱 소녀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11.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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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대전 = 이준희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걷기왕’에는 ‘선천성 멀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열일곱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동수단을 경험해봤지만 심지어 경운기를 타서도 지독한 멀미증을 이겨내지 못한 소녀는 집에서 도보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걸어서 등교한다.

고작 멀미 때문에 운송수단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소녀 소녀는 평생을 이렇게 무작정 걷기만 해야 하는 것일까?

의학용어로는 그럴듯하게 ‘가속도병 ‘동요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병 아닌 병 멀미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도형 교수와 파헤쳐본다.

▲ 멀미의 원인 ‘감각의 불일치’

우리가 보행을 배울 때는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눈 귀 등의 감각기관계의 반응이 머릿속에 기억되는데 나중에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생기면 기억된 정보를 가지고 감각기관들이 미리 예측을 하여 준비를 하고 반응한다.

그러나 차를 탄 상태에서는 이동에 따른 근육의 움직임이 없거나 기존의 기억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므로 감각과 기억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그러므로 일상적인 움직임과는 다른 자동차 배 비행기 등을 처음으로 탈 경우 대부분 멀미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배를 오래 타던 사람 가운데는 배의 흔들림에 완전히 적응이 되어 오히려 육지에 내렸을 때 멀미(이를 ‘땅 멀미’라고 부름)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도 같은 이치다.

멀미와 관계되는 감각기관들 중에서도 특히 귀가 중요하다 귀는 소리를 듣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신체 균형을 인지하는 세반고리관 타원낭 소낭과 전정신경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통틀어 ‘전정기관’이라 한다.

차의 발진이나 정지 등과 같은 격한 움직임으로 전정기관이 강하게 자극을 받으면 어지러움이 심해지면서 속이 더 메스꺼워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지럼증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두려움 피로감 같은 정신적인 요소도 전정기관에 더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가솔린이나 배기가스 냄새를 맡거나 멀미에 대한 지나친 걱정으로 멀미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또한 대부분 멀미를 느낄 때 단순히 어지럼증 뿐 아니라 오심 구토 창백 식은땀 입마름 심박수 및 혈압 변화 위장관 운동 증가 혹은 감소 등과 같은 자율신경 교란 증상이나 졸리움 두통을 함께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도형 교수는 “멀미를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인해 생긴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오히려 양측 전정기관에 고장이 나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양측 전정신경 절제술 받은 동물의 경우 멀미를 하지 않는다며

멀미는 병이 있거나 몸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전정기관의 기능에 따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멀미 치료 아닌 ‘예방’이 정답

멀미 예방을 위해서는 배를 타거나 차를 탈 때 흔들림이 적으면서 창문을 통해 차의 흔들림을 예측할 수 있는 자리에 앉는 게 좋다. 예를 들면 버스나 자동차는 앞좌석 비행기는 주날개 위쪽 좌석 배는 가운데가 좋다,

복도 쪽이나 폐쇄된 공간보다는 창문 주변이 좋으며, 벨트나 단추 등 신체에 압박을 주는 것은 느슨하게 풀어주고 심호흡을 하면서 주위의 경치를 바라보면 도움이 된다.

또 차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등을 보인 채 앉는 것보다 앞을 향해 앉는 것이 좋다. 차를 타기 전에는 과식과 술을 삼가야 하며,

차안에서 책을 읽거나 뜨개질을 하는 등 시선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잠을 자면 멀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면을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멀미가 아주 심해 장거리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동일한 운전사가 운전하는 동일한 차량 그리고 전방이 잘 보이는 일정한 자리에 앉는다면 빠른 시간 내에 적응이 될 것이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멀미약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멀미약은 전정기관의 기능을 둔화시켜 멀미를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먹는 멀미약은 승차 전 30분 전에 복용해야 하고 붙이는 멀미약은 최소 출발 4시간 전에 붙여야 한다 붙이는 멀미약은 만 7세 이하 어린이나 임신부 녹내장 혹은 배뇨장애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사람에게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이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멀미약은 단지 예방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뒤늦게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으며, 차에서 내리는 것 외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그저 편히 드러누워 차가운 공기를 쏘이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가 최선의 응급처치법이다.

또한 멀미가 아닌 다른 질환이 있음에도 이를 멀미라고 생각하고 단순하게 넘겨버릴 수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도형 교수는 운송수단을 타지 않은 일상생활에서 멀미와 비슷한 어지럼을 느낄 때는 중요한 질병의 신호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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