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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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변해야 한다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09.10.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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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컬럼니스트.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높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들이야 어떤 고생을 하던 가르쳐야 한다는 처절한 사명감으로 자식들을 가르쳐 왔다.

그렇게 가르쳐 놓은 이 나라가 세계 10대 무역국이고 경제대국이라고 한다. 이것은 대체로 민주주의와 정치의 탓으로 치켜세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님들의 교육열이 오늘날의 풍요로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해방이후 이 땅에 무엇이 남아있었던가. 자본도 기술도 없었음은 물론이려니와 남북으로 갈라진 이 땅에 사상적 갈등과 보수와 진보의 힘겨루기 등 절망과 굶주림만이 있었다.

당시에 누가 오늘날처럼 잘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인들 했겠는가. 나물죽으로 연명했던 기억을 아련한 추억으로 묻어둔 세대들이 아직도 생존해서 세상일을 걱정하는 소리를 듣는다. 세상이 꼬이고 눈뜨고 못 볼 일이 생기면 이 나리가 다시는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자조석인 우려를 한다. 어떻게 이루어 놓은 나라인데 라고 말한다.

문화가 발전하면 다양한 색깔이 있고 개성과 특징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람직스러운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의 대학교육을 엿보고자 한다. 해방이후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많은 학교가 세워졌다. 특히 대학을 일컬어 우골관이라고까지 했다.

소 팔고 논 팔아서 낸 등록금으로 대학건물을 지었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렇게 해서 발전해 온 대학은 이제 우리나라 학생들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공부하겠다고 찾아 온 젊은이들이 무수히 많다. 이 나라 저 나라로 유학을 다니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이다. 어느 나라에서는 많은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학생들을 유치하여 노동력을 활용함은 물론 자기나라에 우호적인 인물로 양성하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 과연 외국학생들에게 개방할 수 있을 만큼 교육과정이나 학생지도 등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 대학이 얼마나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을 유치하여 재정적 도움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과연 유학생이 만족스럽게 공부할 분위기가 갖추어져 있는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우리의 치부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잘 지어 진 건물이나 시설은 그렇다 치고 대부분의 대학이 30%에서 심지어 50%까지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교육의 질을 논할 수 있겠는지 묻고 싶다.

요즘엔 뭐 좀 특징이 있기만 하면 학위를 가리지 않고 겸임교수니 초빙교수니 또는 석좌교수니 하고 대학에 들어와 있다. 실상 내용을 보면 말만 겸임교수이지 대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뿐더러 교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본래의 의도보다 재단에서 운영하기 편하게 되어 있다.

특별한 경우에 응분의 처우와 함께 특별교수로 초빙해서 나쁠 것이 없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이 대학 저 대학으로 바쁘게 강의를 뛰어다녀도 생활보장이 안 되는 실정이다. 건설공사판의 노무자만도 못한 강사료에 매달려 힘들어하는 시간강사들이 있는 한 우리의 대학교육은 불안하다.

비싼 학비 들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왜 했는지 후회스러운 것이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국정감사 때만 되면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여 강사의 처우를 말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립대학은 교육주무 장관조차도 간섭이 어렵다.

더욱이 강의전담이니 뭐니 하면서 여러 가지 차별을 하면서 교육현장에 투입하고 있으니 교육이 정상으로 잘 될 수 있으리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진실로 대학은 학문과 인격의 요람이 되어야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심지어 교육과는 먼 곳에서 일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총장으로 들어와 대학의 운영을 책임지는 사례도 많다. 말로야 훌륭한 분이라고 하지만 교육경험이 없는 사람이 정말 대학운영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의 교육이 잘 되고 또 외국유학생까지 데려다 교육을 시키려거든 국가의 위상에 걸맞게 대학의 체질이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소위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목표에 명시돼 있는 인격을 갖춘 지도자를 육성할 수 있도록 대학이 변해야 한다.

아무리 전문가 집단이라 할지라도 대학은 교육기관이기에 인격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고 교육적 신념을 지닌 교수들이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아직도 상아탑이기 이전에 우골관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도 이제 경제발전에만 집착할 일이 아니다. 대학을 정비하고 대학이 학문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해야 이 나라의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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