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외국인들에게 사랑심는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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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외국인들에게 사랑심는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
  • 강현준 기자
  • 승인 2010.08.06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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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내과 한방 등 전액 무료 --- 연간 2,500여명 혜택 받아
▲ 보철까지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는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에서 박정기 원장(사진 왼쪽)이 외국인의 치아를 살펴보고 있다.
〔MBS 대전 = 강현준 기자〕필리핀에서 2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박 알린 씨(25)는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치과 병원에 간다. 평소 치아가 안 좋았던 그녀는 지난 1월 첫아이를 출산한 뒤로는 더 나빠져 치통으로 고생을 해 왔다. 벌써 3주째 이 치과병원을 찾는 그녀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 올 때마다 상한 치아를 하나둘씩 고치고 있고 거기에다가 치료비용이 전액 무료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찾는 이 병원은 바로 대전시 중구 중동에 자리한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공동대표 박 정기, 유 정준, 허 민)이다.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는 지금으로 부터 10년 전인 지난 2000년 11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아픔을 치료해 주자는 뜻에서 기독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외국인 근로자 의료 선교회'가 그 효시이다.  

이 선교회는 이듬해인 2001년 3월에는 대덕구에 자리한 대화공단의 근로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그곳에 자리한 빈들 교회에 임시진료소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 박정기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 대표.
현재 총괄 대표를 맡고 있는 박 정기 대표(박 정기 치과 원장)는 "그 당시 교회 다니는 의사들이 모여서 대화공단에 근무하는 몸이 아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자는 취지에서 의료 선교회를 결성하게 됐다"며 "몸이 아파도 쉽게 치료 받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5년 1월에 ‘대전 외국인 무료 치과 진료소“라는 이름으로 시설과 규모를 확장해 지금 진료소가 자리한 중동으로 옮기어 양질의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어 2006년에는 그동안 따로 나뉘어 외국인무료진료를 해오던 양방과 한방 팀이 연합하여 조직을 확대했고, 다음해인 2007년에는 대전광역시로부터 모든 분야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외국인의료봉사 NGO 단체로 등록하고 진료를 해오고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료하고 있는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는 128명의 회원에 1년 예산만 무려 4,000만원에 달하는 비교적 규모가 있는 봉사단체다.

이 예산중 90% 이상이 회원들의 아낌없는 후원으로 채워지고 있고, 나머지는 대전시 지원과 기타 모금활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로 회원들의 사랑의 나눔이 있기에 가능한 의료 봉사인 것이다.

박 정기 대표는 "개인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회원들이 의료시설이나 약품 등을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직접 의료봉사활동은 못하시지만 물질로 후원해 주시는 회원들도 늘어나고 있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에서 지금 진료하고 있는 분야는 내과 ,외과를 비롯해 치과, 한방 등 모든 의료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환자 상황에 따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피부과 안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환자가 가장 많은 치과의 경우에는 국내 무료 진료소 중에서는 유일하게 보철 치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취재하던 당일에도 치과 보철 치료를 위해 멀리 목포와 진주에서 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이 찾아 왔다.  

▲ 한 외국인이 진료 접수하는 모습. 이렇게 1년동안 2,300여명의 외국인들이 의료혜택을 보고 있다.

목포에서 아침 6시 차로 올라 왔다는 두멘 씨(몽골, 36)는 "대전에 사는 친구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다"며 "일반 치과에 가면 말도 잘 안통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치료를 미루고 있었는데 여기 와서 이렇게 치료를 받게 돼서 참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가 지난해 치료한 외국인들은 2,200명으로 하루 평균 50명의 외국인들이 혜택을 받았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2,300명 정도를 치료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뜻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은 외국인들로서는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10년째 접수와 통역봉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호 자원봉사 팀장은 "저희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는 중국 몽골 베트남 등 16여 개국의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다"며 "문을 연 이후 의료사각지대에 있던 수많은 외국인들이 치료를 받았고 이런 일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세워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과의사로 7년째 봉사하고 있다는 유 정준 대표(송도외과 원장)도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에도 50여 곳에 달하는 협력기관들과 연결을 통해서 시술하고 있다"며 "현재는 각종 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비롯해서 내시경까지 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말했다.

▲ 한 외국인이 내과 진료를 받고 있다.

이렇게 손수 자비를 들여서 하고 있는 봉사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다고 한다. 초기에는 좋던 치료시설들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낙후가 되어 가고 있고, 아직도 부족한 설비등 양질의 많은 봉사를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비좁던 진료 대기실은 3주전에 옆 사무실을 새로 임대해 확장함으로써 환자들이 편안한 공간에서 순서를 기다리게 됐다.

박 정기 대표는 "사실 이런 일들은 정부차원에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정부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입국을 허용했고 또 그들이 우리가 담당하기 싫어하는 경제 분야의 한 부분을 맡아 감당하고 있으니, 정부는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의료혜택을 제공해야 마땅하며, 우리와 같은 자원봉사단체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나라도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 와서 다문화가정이 되어 가고 있는 것에 맞추어서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일반인 분들 중에서도 직접 의료봉사가 아닌 물질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며 "그런 후원이 저희들이 하는 일에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만큼 많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맺었다. 

▲ 봉사자들이 치료전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의 날개 없는 천사들이 앞으로도 아픈 외국인들에게 참 사랑을 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후원계좌 : 신협 06205-13-006335  / 예금주 : 대전 외국인 사랑의 진료소 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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