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윤 기획자, "멋진 창작 뮤지컬 기대해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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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윤 기획자, "멋진 창작 뮤지컬 기대해도 좋아요"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3.08.3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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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페라의 유령'보고 뮤지컬 제작자 꿈꿔...'히얼마이송' 한편으로 업계 주목받아
뮤지컬 시장 3,000억 원 시대, 하루에 서울에서만 올라가는 뮤지컬이 20여 편에 이른다.

해외 제작진들이 인정할 정도로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은 이제 상당 수준에 올라왔으나 전문 스태프들은 아직 그 수가 많이 부족해서 젊고 열정적인 스태프들의 도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작년 겨울, 대학생 신분으로 30여명을 이끌고 국내 미발표 작품들을 해설과 함께 소개하고 공연의 모든 수익금을 보육원 아이들의 뮤지컬 관람에 기부한 뮤지컬콘서트 <히얼마이송>을 제작한 젊은 청년이 등장, 업계가 주목한 바 있다.

자신은 아직 더 혼나고 배워야 한다고 소개하는 박성윤, 그를 만났다.

‘배짱으로 만든 뮤지컬콘서트 <히얼마이송>’

“제작을 결심한 게 작년 이맘때쯤인데, 대학교 졸업하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공연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이왕 하는 거 수익금을 발생시켜서 좋은 일에 쓰고, 프로그램도 영양가 있게 국내에는 소개 안 된 곡들로 구성하자’해서 만든 것이 뮤지컬 콘서트 <히얼마이송> 이예요. 공연하려면 극장이 필요하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무슨 배짱이었는지 무작정 연우무대의 유인수 대표님께 ‘이런 취지의 공연을 하고 싶으니 극장을 하루만 빌려주시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MC는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 날 분장실에서 이건명 선배님께 부탁 드렸는데 바로 OK 해주셨고요.

16여명의 출연진을 포함한 30여명의 사람들이 ‘노 개런티’로 공연에 참여하고 각 종 후원을 받으며 준비된 끝에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공연의 모든 수익금은 아이들이 뮤지컬을 보는데 기부가 되었고요. 그 때 작품을 해설하는 MC로도 참여를 했었는데, 이게 인연이 되어서 블루스퀘어에서 <레미제라블> 작품 해설을 한 것을 시작으로 가끔씩 뮤지컬 해설 강연도 하게 되었어요.

<히얼마이송>은 올해 연말에도 공연될 예정이니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뮤지컬을 봤는데 그 작품이 바로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 항상 언급되는 <오페라의 유령> 이었어요. 그 때의 충격으로 ‘이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 싶었어요.

뮤지컬에 관련된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에 1학기 수시로 단국대 뮤지컬전공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배우를 양성하는 곳이다 보니 매일 노래시키고 다리를 찢으라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건 배우가 아니란 걸 확실히 확인한 후에 자연스럽게 스태프 쪽으로 고민하게 되었는데 ‘그래, 나는 뮤지컬을 좋아하니까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라는 생각에 그 때부터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공연기획이나 문화 마케팅에 관련된 책, 논문은 다 뒤져봤어요.”

‘1000만원의 공연 빚, 행사 뛰며 모두 갚아’

“대학 시절에 전공대표를 2년 동안 연달아 했는데 100명이라는 식구들을 이끌면서 일을 벌릴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았어요.

2010년에는 전공 10주년 공연을 성남아트센터에서 올렸는데 당시에 저의 불찰로 예산에 문제가 생겨 디자이너 선생님들의 개런티를 포함해 총 1,000만원이 부족한 일이 생겼었어요.

실패한 기획자였던 셈이죠. 그 때 선배들한테 욕도 많이 먹고, 배우들과 반 년 동안 행사를 뛰며 결국 돈이 모두 모아졌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 나이 때 돈 주고도 못할 큰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그 때 학교 대선배이자 당시 에이콤 인터내셔널 기획실장 이었던 송경옥 선생님을 만났는데 지금도 제 인생에 가장 큰 멘토가 되어 주세요”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경험, 언젠간 힘이 될 거라 믿어’

“대학시절,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죽어라 공연하고 방학 때는 이태원 클럽에서 하는 인터랙티브 쇼에서 의상-소품도 전환해보고, 발레 내한공연 때는 냉장고에 배우들이 먹을 과일을 채우는 일도 해 봤어요.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입점 업체를 관리하는 일도 해 보고. 극단 그린피그에서는 3개의 연극을 기획했는데 이 작품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작품을 보는 관점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학창 시절 참여했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를 꼽으라면 세계적인 뮤지컬배우 ‘안소니 랩’의 내한공연 이예요. 안소니는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예요. 단지 그것만으로 특별했어요. 축구로 치면 메시와 한 팀에서 뛴 거니까.”

‘40살에는 좋은 뮤지컬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

“무슨 공연 만들고 싶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전 항상 ‘학교 같이 다녔던 친구들과 하는 공연’이라고 말해요. 이제는 좀 모여서 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그래서 올해 여름부터 ‘그늘’이라는 뮤지컬 레퍼토리를 만들어 아이디어 공유도 하고 작품도 만들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공연 보는 거 말고는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시장에서 올라가는 뮤지컬은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가슴 뜨거워지면서 꿈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가끔 있어요.

최근에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보면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제가 대학에 입학 할 때만 해도 창작 뮤지컬은 정말 손꼽을 정도였어요.

창작 개발 면에서만 본다면 지금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비교도 안 되게 앞서 나가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독립투사 같은 마음으로 시장을 이끌어주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저는 창작 뮤지컬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올해까지는 다양한 경험을 목표로 했다면 내년부터는 기획사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시장을 들여다보려고 해요. 열심히 하면 40살에는 좋은 뮤지컬 프로듀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뮤지컬 기획자 박성윤은 1985년 인천 출신으로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를 졸업하고 뮤지컬 기획 및 전공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뮤지컬 해설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 중이다. 뮤지컬콘서트 <히얼마이송> 제작 및 연극 <데스데모나>, <원치않은 나혜석>, <두뇌수술>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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