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슈퍼컴퓨터 역사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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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슈퍼컴퓨터 역사 새로 쓴다
  • 강현준 기자
  • 승인 2009.11.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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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4호기 국내 역사상 최고 순위 14위 등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원장 박영서, 이하 KISTI)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컨퍼런스 2009’(Supercomputing Conference 2009)에서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가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리스트(www.top500.org) 14위에 등재됐다고 17일 밝혔다.

TOP500 14위 등재는 KISTI가 1988년 2기가플롭스 성능의 국내 1호 슈퍼컴퓨터 Cray-2S 도입 이래 슈퍼컴퓨터 21년 역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KISTI는 지난해부터 1, 2차로 나눠 슈퍼컴퓨터 4호기(대용량컴퓨팅(SMP)와 초병렬컴퓨팅(MPP))를 구축해 왔으며, 이번에 TOP500에서 14위에 오른 시스템은 1초에 300조회를 연산할 수 있는 총 성능 300테라플롭스(Tera Flops)급의 초병렬컴퓨터(MPP) 2차 시스템이다.

▲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실 전경

이는 중국의 ‘텐허1호’에 이어 아시아 최상위권 성능으로, 300테라플롭스는 고성능 PC 1만여 대를 동시에 구동하는 것과 같은 성능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 전체가 10년 이상 계산기를 두드려 수행할 연산을 단 1분 만에 수행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란 통상 세계 TOP500 안에 드는 대용량 컴퓨터를 뜻하는 것으로, 매년 6월 유럽에서 열리는 ISC(International Supercomputing Conference)와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SC(Supercomputing Conference)에서 성능 순위가 발표되며, 순위는 각국의 슈퍼컴퓨팅 역량을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슈퍼컴퓨터는 연구개발의 정확도를 높이고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역시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첨단 연구장비로, 우주탐구, 핵융합, 단백질구조분석 같은 거대연구는 물론 금융과 컴퓨터그래픽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돼 뛰어난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따라서 ‘슈퍼컴퓨팅 성능이 곧 국가 과학기술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슈퍼컴퓨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컴퓨팅환경 육성을 법제화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슈퍼컴퓨팅을 테러대응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 지정했고, 1990년대 초부터 고성능컴퓨팅법, 고성능컴퓨팅부흥법 등을 제정해 국가가 슈퍼컴퓨팅에 최우선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슈퍼컴퓨터 제조국인 일본은 미래를 이끌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로 슈퍼컴퓨팅을 지목하고 있으며, 유럽의 선진국은 물론 우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서도 강력한 슈퍼컴퓨팅 우선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력이나 R&D 규모에 비해 슈퍼컴퓨터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

다행히 이번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의 TOP500 상위권 등극을 통해 슈퍼컴퓨팅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Top 500위권에 오른 슈퍼컴퓨터가 KISTI 4호기 시스템 단 두 대 (4호기 대용량컴퓨팅(SMP) 1차 시스템 393위)밖에 없어 국가 전체로 보면 아직도 슈퍼컴퓨팅 파워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Top 500위에 가장 많은 시스템을 등재시켰을 때는 2001년 11월로 16대가 등재됐으며, 이후 2005년까지 10여대 안팎의 시스템을 꾸준히 등재시켜 왔다.

그러나 지난 6월에는 단 한대도 Top 500 순위에 올리지 못하는 등 국가 슈퍼컴퓨팅 정책의 공백이 지적됐고, 법제정 등 국가주도의 강력한 슈퍼컴퓨팅 육성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최근 국가슈퍼컴퓨팅육성법을 발의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정두언 의원(한나라당, 서대문 을)은 “슈퍼컴퓨터는 과학기술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전제한 후, “매우 빠르게 기술의 진보가 이뤄지는 분야인 만큼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슈퍼컴퓨팅육성법을 시급히 처리해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슈퍼컴퓨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로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초기술연구회 민동필 이사장 역시 “최근 과학기술분야 노벨상수상자들의 연구대부분에 슈퍼컴퓨팅 인프라가 활용됐다. 이번 슈퍼컴퓨터 4호기의 Top500 14위 진입을 계기로, 앞으로 국가 슈퍼컴퓨팅을 국가적인 어젠다로 선정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에 걸맞는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KISTI 박영서 원장은, 이번에 도입된 KISTI 슈퍼컴퓨터 4호기는 과학기술분야는 물론 우주항공 및 자동차·조선 산업, 영화, 게임 등 컨텐츠 산업, 신약개발과 나노기술개발 등 녹색산업 및 신산업의 육성과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 전염질환, 기후 온난화 등 국제 공동문제, 그리고 최근 빈번한 황사 및 갈색구름현상, 국지성호우와 태풍 감시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많은 분야에 활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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