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삼천동의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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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삼천동의 버팀목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0.10.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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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산 청솔APT 신호등 건너편 길거리에는 노점상들이 채소며 과일 등 물건들을 늘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호등 건너편 사람들의 눈에 쉽게 들어오는 목 좋은 곳에 늙은 부부가 사이좋게 앉아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이 이곳을 지키며 채소를 팔고 있다.

노부부가 이곳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싱싱하기도 하지만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청솔아파트가 건축되면서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니 18년을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곳에 입주해와 살고 있는 삼천동 주민들은 이들 내외를 ‘삼천동 버팀목’이라 부르고 있다.

특별히 이들 내외가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신호등 밑이라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이야기도 나누며 필요한 걸 사게 되어 다른 곳에 비해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나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다가 내일 아침 국거리나 사 갈까하는 생각에 들렀더니 아주머니 서너 명이 이야길 하다말고 두 내외와 함께 큰소리로 웃는 것이었다.

나는 궁금해서

“아주머니, 저 사람들은 뭐가 저리 재미있는 일이 있어 웃는 거예요.” 하고 물어 봤더니
“예, 저니들 내 흉보느라고 그래요.”
“아주머니 흉은 왜 보는데요? 그리고 아주머니 흉을 보는데 왜 따라 웃으세요? 아주머니는 참 속도 좋으시네요.”
“저니들 내 흉보는 게 다 사실인 걸요. 내 코가 돼지코를 닮았다고 흉보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정말로 돼지코를 닮은 것 같기도 했다. 그중에 또 한 아주머니가 놀리는듯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어떤 점이 좋아서 결혼했어요?”

물으니까 허허허 웃으시면서 그 아저씨 하시는 말씀.

“지금은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을 해서 그렇지만 옛날에는 정말 날씬하고 예뻐서 내가 홀딱 반해서 결혼했다오. 남들은 뚱보 돼지코라고 흉보지만 내 눈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운걸요.” 물어본 아주머니가 민망스러운지 얼굴을 붉힌다.

그렇다. 세상사람들이 다 깔보고 흉봐도 제눈에 안경이라고 아저씨 눈에는 아주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고, 천생 연분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이들 부부가 지금까지 행복하게 해로하는 비결이리라.

오랜 세월,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서, 그리고 지금도 그 아내가 제일 사랑스럽다고 빙긋이 웃어주는 남편에게서, 그들은 보이지 않는 끈끈한 믿음이 마음속 어느 구석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면서 살아왔으리라.

참다운 행복이란 무엇일까.

고마움이나 미안함이나, 염치을 모르고 사는 사람은 불행하다. 자기 중심적으로 불평을 일삼고 남을 미워하는 사람도 불행하다.

욕심 없이 소박하고 내 분수에 만족할 줄 아는 삶,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남을 위해 기도하고, 남이 잘되는 것을 축복하고 칭찬하는 사람, 겸손과 양보,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살고 있지나 않은지.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채소를 팔고 있는 뚱보 아주머니를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저씨가 더욱 더 존경스러워 보였다.

이들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잠시 나도 행복에 빠져든다. 그래서 행복은 나누면 배가된다고 하던가.

신호등 건너 돌아오는 발길이 오늘따라 가벼웠다.

“앞으로도 더욱 더 사랑하시면서 장사 잘되어 부자 되시고, 삼천동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주세요. 
 

▲ 이옥진(대전시 서구 둔산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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