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자들의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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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자들의음악회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0.10.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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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힌자들의 음악회
그 겨울의 음악회

갇힌 자들의 심연에서 울리던 노래[어느 여자 사형수이야기]

그들은 사형수들이었다.
"사형수"하면 우리는 험상궂은 모습을 한 남자 죄수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한 한 무리의 여성들은 절반이 사형수요 절반은 무기수였다.
인원은 한20명쯤 되었고... 그들은 모두 청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다.

난방이 되지 않는 마룻바닥에서 담요 몇 장으로 언 몸을 감싸며,
서로의 시린 무릎을 맞대고
그들은 영어(囹圄)의 몸으로 살고 있었다.
그 중 리더인 한 여성이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었는데 남편 살해범으로
청주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녀는 삶의 극한인 언 마룻바닥에 꿇어 앉아
통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영혼을 울리는 힘이 있었고,
그 빛은 그 감방 안을 전염시키기 시작했다.
그녀의 노래 소리에 이끌린 수인(囚人)들이 하나 둘씩 그녀 곁에 다가와 앉기 시작했고,
그들은 찬양을 통해,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둘러싼 군중들 앞에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겹겹이 억눌렀던 수치와 회한의 돌덩어리들이 하나씩 굴러 내렸고,
마침내 그들의 영혼은 쇠창살로도 가둘 수 없는
햇빛이 쏟아지는 들판을 달리게 되었다.
그들은 춤추고 뛰며 주님을 찬양했다.
눈물로 맑게 씻긴 영혼을 가지고서...

죄용서 받은 그들에게서 더 이상 죄의 추악한 모습을 발견 할 수 없었다.
법의 이름으로 그들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무대 앞에 앉아서 단죄되어진 그들을 건너다보며
무대 뒤에서 감시하는 교도관들의 손에 이끌려
또 다시 그들이 가야할 쇠창살을 아픈 가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찬 마룻바닥을....
리더였던 그녀가 부르는 찬송은 지상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혼을 태워서 나오는 목소리였다.
그 이전에 출연했던 어떠한 복음성가 가수보다도 더 영혼을 울리는 소리....
태어나서 아직 그처럼 가슴을 쥐어짜게 하는 찬송을 들어 본적이 없다.

간간이 목이 메어 더 이상 부르지 못하던 찬송소리........
흐느끼듯 절규하듯 들려오는
그 찬송소리에 누구라 할 것 없이 눈가에 주체할 수 없는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 내렸다.

"세상에서 방황할 때 나 주님을 몰랐네...
내 맘대로 고집하며 온갖 죄를 저질렀네..
예수여 이 죄인도 용서 받을 수 있나요...
벌레만도 못한 내가 용서받을 수 있나요..."


아!!! 그 찬송은 그대가 부를 찬송이 아닙니다.
온갖 것으로 포장하고 온갖 더러운 것들로 가득채운 채
드러나지 않은 죄인인 내가 불러야 할 찬송입니다..

그대여..그 목소리로 내 어둠을 비추지 마오..
타는 듯 쓰린 가슴 어찌 할까요?
사형수들의 형 집행장에서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 지킴이가 되어 주었던
한 장로님이 간증을 하셨다.


예수를 만나 죄 사함과 구원의 확신을 얻은 그들은
그들을 옭아맬 때 묻은 굵은 밧줄 앞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거였다.
기쁨에 넘쳐 아름다운 얼굴에 햇살과 같은 강력한 빛이 빛치고
그들의 손을 맞잡았을 때 엄청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느끼셨다고 한다.


갇힌 자들의 열린 음악회!!!!
그 들의 찬양, 춤동작 하나하나는 차라리 껍질을 벗고 나오고자 하는
나비의 가냘픈 몸부림 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무대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나의 자리가 그리도 부끄럽던,
영혼을 울리던 그 겨울의 음악회!!!


그들이 찬 마룻바닥에서 부르는 찬송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달려가고 싶다..그들이 있는 곳으로..갇혀 있는 그들의 곁으로...
그들의 언 손을 잡아주고,,, 단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꼬옥---
내 있는 힘을 다하여 껴안고 싶다.


그리하여, 그들과 내가 다함께 인생의 사형수임을....
형장의 문이 열리는 그날 알 수 없듯이
나 또한 언제 죽음이 날 부를지 알 수 없기에.....


▲ 시인 민진희
죽음 앞에서도 춤을 출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풀꽃 같은 목숨을 사랑으로 태우고 싶다.  ( 늦은 겨을밤 )

시인 민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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