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수 칼럼] 대북지원에 앞서 본 북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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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칼럼] 대북지원에 앞서 본 북한의 실체
  • 임관수 논설위원
  • 승인 2010.09.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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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수해로 남한의 도움을 요청해왔다. 금강산에서 박왕자씨를 사살하고, 서해에서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서 격침시켜서 46명의 꽃다운 젊은이와 가장들을 죽인 것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요구조건만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면 이쪽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할 것이고, 그러면 그 고통은 북한 주민에게 갈 것이라는 생각에 북한 당국의 사과를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다.

인권을 중시하는 남한과 인권과 개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북한의 가치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형국이다.왜 이런 가치관의 차이가 나타나 남한이 북한보다 더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이것은 공산주의 체제가 빚어낸 결과이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구 소련은 공산주의를 채택하면서 소련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인건비가 원가의 약 50% 정도 든다.

국가 전체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인건비를 적게 지불하면 막대한 이익이 남게 되므로 이 돈으로 강대국을 만들고자했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임금을 주더라도 먹고 살 수는 있어야 한다. 적은 임금으로 먹고 살게 하는 수단으로 그들은 식량을 배급해주었다.

소련은 이러한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원자탄을 만들어서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 반열에 등극했다. 나라는 강대국이 되었으나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고통 속에 살았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이 일을 한만큼 임금을 지불해달라고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주장이 나오면 동조세력이 늘게 되고 국가에서는 이러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는 논의 자체가 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이것을 교조주의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하는 세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공산주의 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숙청이 필수적이다.

중국과 북한에서는 소련과 상황이 달랐다.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이들은 국민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된다고 주장할 수 없었다. 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개인의 우상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듯이 모택동과 김일성을 국가의 영웅으로 추대한 후에 이들을 위해서 일을 열심히 하고 월급을 적게 받는 체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이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원천 봉쇄하는 교조주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뒤따랐다.

이러한 체제는 평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평등은 열심히 일을 하거나 농땡이를 부려도 보수가 똑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심히 일을 하나, 놀면서 일을 하나 보수가 같다면 누가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따라서 노동의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늘이게 된다.

새벽별 보기운동이나 저녁 별 보기 운동이 전개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는다. 이를 막기 위해 근무시간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기 시작한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처벌이 뒤따르고 자연스럽게 인권유린은 확대된다. 탈북을 하다가 잡힌 여성의 양쪽 발목을 자르는 인권유린도 이 연장선상에서 벌어진다.(재차 탈북시도 성공. 미국거주)

이러한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감자를 가득 싣고 달리는 트럭에서 감자가 떨어지는 데도 운전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달려간다. 많이 싣고 가든 적게 싣고 가든 싣고 가기만 하면 자신이 할 일을 한 것이다. 많이 싣고 간다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니며, 적게 싣고 간다고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 광경을 본 고르바초프는 "만약에 그 감자가 운전수의 것이어도 그렇게 떨어지는 감자를 계속 흘리며 운전을 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공산주의를 포기했다.

이제 중국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더 이상 개인을 우상화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인의 우상화를 기반으로 한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경우 예상되는 자신들의 잘못을 계속 감추기 위해 공산주의 체제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권력세습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아사상태의 북한에 식량 등을 지원해야할 것이다. 남한은 인권을 중시하는 국가이고, 북한주민들이 아사 상태에 있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 임관수 MBS논설위원(충청대학 교수)
북한은 끝내 천안함 폭침이나 박왕자씨 피살에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승자인 것 같고 남한은 패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한은 승리한 패자이며, 북한은 패배한 승자이다.

지금 남한의 도움을 구하는 북한의 상황에서 평등을 최상의 가치로 생각하는 좌파들은 평등의 비효율성과 그에 따른 고통을 생각해보는 타산지석으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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